국제자본시장에서 움직이는 자금들은 국적이나 색깔이 있을까.

분명한 대답은 국적도 있고 색깔도 있으나 수시로 국적이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국제투기자본들은 금융의 정글 속으로 들어가 카멜레온과 같이 변신하여 숨어있다가 세상에서 먹이를 포획하여 다시 정글로 숨어버린다.

놀라운 것은 현대 사회는 국제투기자본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정치도 할 수 없고 거대기업도 운영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지배권은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에서 “보이지 않는 투기자본의 정글”로 넘어 간지 오래다.

국제투자금융시장을 정글로 만들어 베일에 쌓이게 만든 것은 투기자본들이 장악하고 있는 금융시스템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자본은 일반적인 금융기관의 시스템을 활용해 이동한다.

그렇다면 금융시스템을 이용하는데도 노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사람들은 현금과 같은 수표를 사용하더라도 철저하게 추적을 당해 노출되는데, 거대한 규모의 투기자본들은 항상 은행을 이용하는데도 노출되지 않는다. 이유는 이들의 자금을 보호해주는 조직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이 조직은 권력이다. 권력이 아니면 이들의 비밀을 보호할 수가 없다. 국제투기자본은 철저하게 권력과 유착해 활동한다.

세계의 기업경영권 시장은 투기자본이 변신한 사모펀드에 의해 장악됐다. 보수적인 투자가들은 지주회사를 만들어 경영권을 유지하지만 사모펀드 앞에서는 그 지배력이 상실돼 가고 있다. 세계의 투기자본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거대다국적기업들은 벡텔과 카길 그리고 로스차일드와 같이 자본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기업들이다.

특히 세계금융계를 장악하고 있는 로스차일드의 재산은 엄청난 규모인데도 철저하게 은닉되어 있으며 파악이 불가능하다. 재산이 천문학적으로 많은데도 은닉이 가능하거나 추적이 불가능하다면 비밀스러운 금융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허버트(B. Herbert)는 트리뷴지와 인터뷰에서 “전세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이유나 가치를 알려면 벡텔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했다. 벡텔은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건설회사이며 군산복합체의 기업이다.

또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슐츠(George Shultz)가 재직하는 기간 동안에 비약적인 성장을 했는데, 지금은 전세계의 100여 개의 국가에서 20,000여 개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조세피난처(Tax Heaven)는 투기자본이 몸을 숨기는 정글이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도 투기자본의 은신처다. 세계의 투기자본을 움직이는 비밀조직들은 자신들의 실체를 숨기면서 새로운 신입생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권력과 결탁하고 있으며, 조세피난처와 스위스 은행의 금융시스템을 장악했다.

조세피난처에 있는 금융기관의 95%는 투기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스위스 은행의 70%는 특정 종교의 지배를 받고 있다. 또한 이 시스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비밀보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생명처럼 지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장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투기자본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투기자본의 성격을 보면 캐피탈 그룹이나 로스차일드와 같이 오래전부터 조용히 활동하는 자본이 있는가 하면 론스타와 칼라일 그리고 뉴브리지캐피탈과 같이 요란하게 활동하는 투기자본도 있다.

조용하게 움직이는 투기자본은 재벌기업이나 경제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속하며 활동하고 있고, 요란하게 활동하는 투기자본은 권력과 단기적으로 유착하는 특징이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로 일본은 장기적 복합불황으로 외국계 투기자본에 많은 금융회사들의 지배권이 넘어갔다. 한국이나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금융기관들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넘기는 협상을 주도한 것이 경제관료들 이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미은행은 칼라일의 사모펀드와 J.P.모건의 사모펀드가 인수하여 경영권을 씨티은행에 매각했다. 칼라일의 사모펀드는 J.P.모건이 만든 사모펀드 J.P.Morgan CorsairⅡ Offshore Capital Partners, L.P.과 합작해 KAI(Private) Ltd.를 만들어 한미은행을 인수했다. 제일은행은 뉴브리지캐피탈의 사모펀드가 인수해 영국계의 다국적 은행 스탠다드 차타드 뱅크(SCB)에 경영권을 넘겼다. 그리고 외환은행은 론스타 사모펀드에 넘겨 인수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조세피난처에 근거를 둔 투기자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금의 출처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우리나라 경제관료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재무구조가 좋아진 국내은행에 대한 인수의사가 있는 씨티은행이나 스탠다드차터드은행에 직접 매각하지 않고 칼라일,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탈 등이 설립한 사모펀드에 넘겨야 했는가. 그 당시에는 사모형 투기펀드들만이 국내은행인수에 관심이 있었는가. 투기펀드의 은밀한 변신과 먹이사냥 능력은 우리나라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국제투기자본이 움직이는 실체는 베일에 쌓여있지만 운영방식은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은신처의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의심이 많은 관료들을 포섭하기 위해 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된다는 확신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투기자본들은 지금도 거대한 세력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치금융에 의한 상업금융에 치중한 결과 투자금융을 발전시키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투자금융의 필요성이 절실해 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투자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투기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토종사모펀드를 설립해야 된다는 논리는 공공자금을 사모펀드에 가입시키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투자금융의 세계에서 10% 정도는 실체를 나타내지만, 90% 정도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글속의 은신처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보경 프론티어 M&A회장

출처 미상.  글쓴이는 본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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