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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가 열어 젖힌 소녀시대

“소녀시대란 ‘소녀들이 평정할 시대가 왔다’라는 의미다”라고 소녀들은 방송에서 얘기했다. ‘소녀시대’라는 작명에서 누군가는 오래된 여성지 ‘여성시대’ 혹은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를 떠올리거나 동명의 오래전 폐간된 잡지 ‘소녀시대’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소녀시대는 그들의 팀 이름에 대해 처음에 당황했었다고 한 방송에서 말했다. 소녀시대(少女時代)의 작명 이전에 SM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동방신기(東方神起)라는 이름을 선보였고 동방신기 멤버들 또한 처음에는 자신들의 팀명이 유치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음을 일본의 한 예능 방송에서 말했다. 데뷔 초기부터,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의 소녀시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말하곤 했기에 한자로 네글자가 되는 이 이름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SM의 아시아 진출 전략의 일환이었다.

2007년, K-Pop가수들의 중국 진출은 잦은 공언처럼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당시 박진영은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는 중국어와 영어를 둘다 할 줄아는 가수가 필요하고 원더걸스는 중국어를 배웠으며 중국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SM 또한 소녀시대 멤버(효연)을 오래 전 부터 중국에 유학시키거나 멤버들이 중국어 수업을 받은 사실을 언론에 알리며 중국 진출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내비치곤 했다.

결과적으로 원더걸스가 중국보다는 미국 위주의 활동을 했고, 소녀시대 또한 일본시장에 먼저 데뷔하게 되었으므로 중국 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당장 비교우위의 메리트가 있는 시장은 아닌 것이었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의 아이돌들은 중화권과 함께 일본을, 또한 필리핀과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주 타겟으로 삼고 전세계의 K-Pop 시장 까지를 넓은 타겟으로 삼고 있다.

복고를 통해 세계를 지향한 소녀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권 팝 시장의 틈새에서 K-Pop이 발견한 기회는 복고였다.

첫 싱글 ‘다시 만난 세계’의 표지에선 다른 뮤지션의 앨범 사진이 들어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의상 부터 디자인 요소까지 복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윤아가 들고 있는 깐소네 가수 Marisa Sannia의 Best Album으로부터 소녀시대의 근본적인 모방의 지향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풍성한 지중해의 빛을 받고 있는 하얀집, 그 안의 소녀들, 산레모 가요제, 샹송과 깐쏘네의 향기는 성공적인 1집 이후 ABBA의 곡을 리메이크 한다는 루머로 떠돌았는데 이는 결국 2009년 6월29일 EP 소원을 말해봐(Genie)의 발표로 폐기된 계획이거나 뜬소문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한달이 채 안되어 방영된 KBS 열린음악회 800회 특집에서 Dancing Queen을 매우 능숙하고 성공적으로 불러 루머가 사실이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실제 소녀시대의 댄싱퀸은 7년이 지난 2014년에 예전 모습 그대로 발표 되었다.

참고로 Marisa Sannia는 소녀시대가 데뷔한 다음해인 2008년 4월 6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소녀시대가 데뷔앨범에서 자신의 앨범을 정 가운데에 노출시킨 것을 알고 있었을까?

아무튼, 그들은 처음부터 오리지낼러티를 추구하기 보다 솔직하게 상업적 아이돌로서 지난 세대를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차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 ‘의도’란 SM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가 –그것이 빼어난 것임에도-
느끼는 위화감의 정체다.

 


시대를 규정하는 주체로서의 소녀

소녀시대의 앨범과 홈페이지에 표기된 소녀시대의 정식 영문명은 Girls’ Generation이다. 데뷔 초, 이에 대해 유투브 이용자 일부는 Girls’ Generation은 소녀시대의 정확한 의역이 아니며 Girls’ Era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시대는 정확히 ‘시대(Era)’가 아닌 그 시대를 이끄는 주체로서의 ‘세대(Generation)’를 선택했고 ‘소녀들이 평정할 시대가 왔다’ 라는 동세대 인식을 이끌어 냈다. 응원구호 ‘지금은 소녀시대! 앞으로도 소녀시대! 영원히 소녀시대!’ 에서 시대를 규정하는 것은 주체이며 객관의 시간이 아니다. 소녀시대가 소녀를 주체로 만들고 싶었던 시간(=세계)란 무엇이었을까?

서현은 한 방송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가장 좋아 하는 곡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녀시대는 인터뷰에서 ‘다.만.세’는 작곡가 켄지가 처음으로 작곡한 곡으로 오랜시간을 기다려 비로소 자신들에게 왔고 장기간에 걸쳐 기약없는 데뷔를 기다리며 이 곡의 안무를 수도 없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네티즌에게는 짧은 기간 활동하고 해체한 ‘밀크’의 2집을 위해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녀시대의 팬카페중 가장 큰 규모인 ‘화수은화’는 밀크의 팬카페였다. 참고로 소녀시대의 연습멤버 였던 티아라의 소연은 ‘다.만.세’를 연습했음을 ‘라디오 스타’를 통해 말했다. 흥미롭게도 소연이 짧게 부른 다시만난세계의 가사는 약간 덜 다듬어진 버전이다.

‘다.만.세’가 발표 되었을 때 많은 네티즌들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 처럼 들린다거나 초반 건반 진행 부분에서는 특정곡을 베꼈다는 의혹을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대중적인 크리세들을 조합해 잘 만들어진 곡임에는 틀림없다. ‘다.만.세’의 멜로디는 한국 대중음악의 멜로디들이 대게 그렇듯, 기타 연주곡으로 들었을 때 더 유려하며 마치 Steve Stevens의 Top Gun Anthem을 듣는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이 한국가요와 영어Pop의 멜로디와 반주의 대위법적인 차이는 언어적, 음성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편 <다.만.세>에 관한 평론 중 하나는 사운드 메이킹의 아쉬움을 얘기한 것이 었고 유투브에서도 ‘Old School Sound’라고 쓰인 댓글을 찾아 볼 수 있다. <다.만.세>의 창작방법은 같이 음악적, 상업적인 여러 측면을 조합한 것이고 그것을 분해해 보면 <다.만.세>는 여자 아이돌의 전형적인 귀여움을 목표로 하기보다 ‘소녀시대’라는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잘 기획된 의욕적이며 실험적인 시도라 볼 수 있다. 

그 실험이란 무엇일까? 소녀시대를 비롯한 이 시대의 아이돌의 춤과 노래는 히틀러 유겐트(Hitler Jugend)나 문화혁명의 인민군 집단체조를 연상시킨다. 뭔가 공통적인 코드가 보이는가?  우리는 ‘소녀시대’를 살고 있고 그것을 둘러싼 여러 관점이 존재한다. 소녀시대가 온몸으로 관통한 그 다양했던 관점들을 살펴 보자.

아이돌과 인성

소녀시대는 또래보다 의젓한 느낌의 어덜키드(혹은 어덜돌)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팬들과 언론으로 부터 ‘반장소녀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찍 자아가 확립되었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들은 한 방송에서 스스로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세계에서 일을 해서인지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는 말을 했다. 확실히 소녀시대 멤버들은 대부분의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입시에 매달릴 때 초중등학생 시절부터 (비록 부모와 회사의 권유가 있었을 지라도) 대부분 주체적으로 연예인의 길을 선택했다.

이수만은 소녀시대의 데뷔 직전 2007년 한 인터뷰 프로그램 -이 방송에서 연습중인 소녀시대가 카메라에 잡혔는데 이것은 소녀시대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장면이다- 에 출연해 아이돌을 육성하며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소녀시대의 데뷔를 앞든 시점에 인성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었고 지금은 과연 어떨까? 인성교육에서 인성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우리시대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다. 인성은 가장 쉽게 굴절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며 가장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근대적인 인성은 자아의 획립, 유년기에서 성인이 되는 것, 정치적 주체의 발현 등이 될 수 있지만 현대적인 인성은 성격적 요소가 어떻게 발현되는가, 내-외부의 다양한 성격과의 다이나믹스를 포함한다. 제각각의 인성교육은 대부분 (신자유주의나 사회민주주의적) 정치-경제 관점을 갖고 있다.

88만원세대 vs G세대

G세대란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태어나 글로벌 마인드와 미래지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세대를 이르는 말>로 통용된다. 소녀시대의 데뷔 시점 이후, 김연아, 박태환을 선두로 연예인 중에서는 원더걸스, 그리고 자기개발서를 낸 빅뱅이 G세대라며 자주 언급되었다. 세대를 규정 짓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고 88만원세대란 정치적으로 G세대의 대척점에 위치한 용어다. 한국은 20대를 규정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효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는 사실을 2010년 지방선거 결과로 확인했다. 소녀시대는 인기를 얻어가며 여러 정치적 성격의 행사에 참여했다. 이 시대의 인성의 여러 요소에는 그 자체로 낭만적인 성격을 넘어 여러 쓰임새가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 카라 역시 국민아이돌 반열에 오르며 월드컵과 선거에 활용되었다.

한국이 캘리걸을 수용하는 방식

소녀시대의 데뷔 초. 네티즌들은 살인적인 눈웃음과 한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티파니에 주목했다. 팬 게시판에는 ‘티파니가 태어난 건 기적’이라는 꾸준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한국은 ‘머리 크고 배 나온 기존의 아이돌 상식을 뛰어 넘는 이 귀여운 생명체’에 열광했다. 티파니의 성격은 다른 걸그룹에 비해 대체적으로 조증 캐릭터인 소녀시대 안에서도 특별했다. 티파니의 성격적 특성은 단순히 코메리컨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 아니었다. 티파니는 해외 네티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전형적인 캘리걸이다.

캘리걸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특히 L.A의 젊은 여자 이미지와 그 말투와 태도를 가르킨다. 그 무렵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뉴욕 출신 비앙카는 귀여운 태도를 가진 미국 여자에 대한 얘기를 하며 미국에는 한국 처럼 그런 여자 타입이 드물지만 L.A 여자들이 핑크색 좋아하고 티컵 강아지 같은 걸 들고 다닌다고 했다. 티파니는 스스로 핑크홀릭이라 할만큼 핑크색을 좋아하고 티컵 강아지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태생인 제시카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출연 당시 가장 샘낸 멤버가 누구냐인 질문에 티파니를 지목하며 티파니는 평소 스스로를 ‘엘 우즈’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시카가 엘우즈가 된 건 뮤지컬의 주 수요 대상인 20~30 여자들의 취향을 고려 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한국(여자들)은 자신보다 귀엽고 생기발랄하며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엘 우즈’보다는 적당히 세침하며 도도하고 고급스런 예쁜 여자를 ‘제시카의 엘 우즈’에 투영했다.

제시카는 가족과 한국에 역이민을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록 네이티브 영어 사용자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한식을 가장 좋아 한다고 말하는 등 티파니에 비해 더 한국화 되었다. 티파니는 제시카와 함께 출연한 아리랑티비 에서 원래 더 밝았던 자신의 성격이 한국에 살면서 (좀 더 차분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또 한명의 캘리걸을 알고 있다. 바로 카라를 탈퇴한 니콜이다. 많은 니콜 팬들은 데뷔 초기에 비해 니콜의 문화적 조증이 점차 줄어든 것을 알고 있다. 티파니와 마찬가지로 니콜 또한 EBS 스타잉글리시에 출연해 한국에 온 처음보다 한국적인 상황에 맞춰 밝은 성격이 줄어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제시카의 탈퇴 직전 까지 미디어와 대중은 제시카의 ‘한국화된 캘리걸’ 이미지를 소비했고 그건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 소비는 제시카가 더 이상 자신의 이미지를 소녀시대 안에서 소진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성형, 시기, 질투, 그리고 우정의 서사

소녀시대 티파니의 성형 의혹이 2010년 월드컵과 동시에 온라인을 휩쓸고 지나갔다. 티파니 성형 논란이 불거진 날, 태연은 뮤직뱅크에서 불만을 쏟아 낸 수상소감으로 나란히 탑뉴스에 올랐다. 소녀시대 팬들은 태연과 티파니가 데뷔 전 룸메이트였고 절친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티파니는 본인이 밝힌 대로 가족과 떨어져 홀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와 연습생 시절부터 숙소생활을 하고 있다. 태연 또한 SM의 연습생이 되어 고향 전주를 떠나 서울생활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방송이 되진 않았지만 티파니는 태연이 숙소에서 데뷔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단 이탈해 집에 돌아가 버렸던 일화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공개하기도 했으며 이는 신문기사화 되었다. 티파니는 데뷔 초기 방송에서 자주 태연을 ‘집사람’이라고 부를만큼 두 사람의 우애는 소녀시대 아홉명 가운데서도 특별하다고 할 수 있었다.

동성애 코드와 소녀시대

데뷔 때 부터 뛰어난 외모로 안무에서 센터를 차지하던 윤아는 고등학교(서울 대영고) 후배로 알려진 서현과 데뷔 전 부터 친했다고 알려졌다. 윤아와 서현은 고교를 거쳐 대학(동국대 연영과)까지 선후배다. 윤아는 데뷔초 인터뷰에서 서현과 가장 많은 연습생 시간을 거치며 잘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네티즌은 이 둘을 윤현커플이라 불렸다.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인터뷰와 <헬로베이비> 등에서 유리와 윤아는 의도적으로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동성애의 관점에서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는가? 당연히 많은 수의 언니팬들이 걸그룹의 비공식적인, 노골적인 연애행위를 즐기고 있고 이들은 소녀시대의 주 고객 중 하나다.
가장 오래 연습생 생활을 했다는 제시카에게 유리는 한 방송에서 처음에 놀림을 당했다는 얘기를 했다. 두사람은 데뷔 초 팬들에게 율식커플이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친한 모습을 보였다. 제시카는 자주 유리에게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써니는 라디오 등을 통해 수영, 서현, 태연, 티파니, 유리와 코믹한 순간들을 만들어 냈다. 코믹 코드는 수영과 태연 사이에도 흘렀다. 소녀시대의 유쾌함은 그들의 큰 자산이었다.

근대와 현대를 잇는 징검다리

써니는 그룹 사운드 활주로의 보컬 이수영의 딸이다. 또한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의 조카로 잘 알려져 있다.

써니에 관해서 우리는 특별한 감동의 스토리를 기억하고 있다. 써니와 더불어 다양한 여자 아이돌들의 캐릭터가 부각된 <청춘불패>는 이 시대의 귀촌, 귀향 코드와 어울리는 기획이었다. 그 중 ‘청춘불패’의 지역성에 어울린 장면을 만들어 낸 것은 써니와 푸름이였다. 본명인 순규를 별명처럼 사용한 써니는 푸름이가 코뚜레를 뚫는 날 눈물을 흘렸고 이는 한국인의 성장과 치유의 코드를 강하게 건드렸다. 써니와 푸름이는 ‘워낭소리’의 그것과 유사한 먹먹함을 시청자에게 안겼다.

써니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최면에서 유관순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이순재와는 친구 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여 줬으며, 해외에서도 장년층으로 부터 인기가 있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써니>는 그 무렵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소녀시대 써니의 이미지(과거와의 연결고리)와 겹쳐지며 흥행에 성공했다.

알파걸들의 조직 소녀시대

아홉명이나 되는 소녀시대는 가족같이 친하면서도 자주 싸우기도 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방송에서 얘기했다. 대부분의 그룹은 그들을 묶어 줄 만한 목표가 확실하지 않거나 이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인간적인 친밀감을 넘어 해체하게 된다. 비틀즈가 그러했듯이.

소녀시대는 데뷔 초기 부터 여려차례 ‘우린 다 친하다’고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밝혔다. 가장 먼저 소녀시대 멤버로 발탁되었다는 효연은 후일 태연이 말한대로라면 둘다 성격이 비슷하고 데뷔 초엔 어색한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효연은 한 방송에서 보여준 대로 소녀시대를 보호하고 싶어한다는 그림치료 결과와 같이 팀의 비공식적인 리더자리를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다고 보여졌다. 태연과 효연은 색깔이 비슷한 리더의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데 대게의 팀은 공식적 리더와 함께 비공식적 리더를 가지고 있고 공식적 리더와 비공식적 리더가 일치되기도 한다. 소녀시대에 있어 리더의 자리는 곧 개인의 인기와 직결되기도 한다. 대중에게 아이돌 그룹의 리더란 곧 팀의 성격을 규정 짓는 이미지 메이킹의 가장 큰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윤아 역시 리더는 아니지만 ‘센터 자리를 양보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2010년 1월 경, 태연은 계속된 막말 논란으로 리더의 지위가 흔들린 뒤 방송에 나와 ‘멤버들에게 리더를 그만두겠다고 했고 효연이 그러자고 한 것’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국민적인 재신임을 받았다. 태연의 막말 소동은 그 후에도 이어졌고 결국 공개 사과와 더불어 그 이후 라디오 디제이 자리를 내놓게 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부터 SM은 리더 태연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태연이 구설수에 오르기 때문이기 보단 태연의 캐릭터와 가치가 대부분의 한국인의 정서와는 다르게 SM의 글로벌 K-POP 전략과 잘 맞지 않기 때문 처럼 보였다. 태연은 제시카와 달리 ‘가십 걸’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너무나 한국적인 캐릭터 였다.

이후 태연과 티파니의 다툼이 공식적으로 대대적으로 유통된 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시카는 ‘우린 자주 싸운다’는 것을 실토하며 싸우는 관계도 팀웍의 하나라고 말했다. 소녀시대가 아홉이나 되는 멤버들로 개발한 캐릭터 다이나믹스는 그러나 공식적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제시카는 자기 색을 가진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유닛으로 활동하거나 OST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대중은 소녀시대로 부터 너무 많은 걸 바랄 수 없었다. 2015년 데뷔 후 처음 출연한 ‘주간 아이돌’에서 소녀시대는 시청자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소녀시대는 이런 말을 해 주면 좋아해요’라는 식의 관리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지나치게 기획에 의해 의도대로 훈육된 개성을 전시했다. 그 상업성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존재했다.

성장과 치유의 드라마 아이돌 리얼리티쇼, 그리고 캐릭터의 탄생

2011년 하반기 대한민국 종합편성채널의 출범과 함께 방영된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은 심리치료방법의 전시라 부를 만큼 다양한 심리치료 방법들이 총동원 되었다. JTBC는 ‘The Boys’로 북미와 유럽 노크하기 시작한 소녀시대의 효과를 보고자 했는데 프로그램 자체의 진정성과는 상관없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소녀시대의 멤버들은 소녀시대라는 타이틀 안에서는 다른 걸그룹에 비해 반장소녀의 위치를 점유할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것은 잘 준비된 교육 시스템이 견뎌 낼 수 있는 정도를 넘어 설 수 없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부각된 것은 효연이었는데 효연은 미술치료 중 아버지와의 관계를 드러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효연이 상담을 맡은 학생은 자진 하차를 결심했다. 하차를 자진 결심한 학생은 제작진이 자신들을 시청률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했으며 해당 프로그램의 전문상담가는 그 학생은 그 학생에 맞는 다른 치유-성장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도와 진정성은 어떠했든 소녀시대라는 방법이 모든 것에 만병통치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효연은 눈썹 화장을 고치며 미모로 인터넷을 시끄럽게 하더니 유럽, 미국 공연을 통해 가장 부각되는 멤버로 부상했다. 미국과 유럽의 소녀들은 효연을 좋아했다. 효연의 외모가 서구적인 면도 있지만 효연의 태도가 짜여지고 훈육된 아시아제 인형들과는 다르게 친근했기 때문이었다. 효연은 소녀시대와 소녀시대와 SM이라는 체계를 외부와 연결 하는 것으로 부터 기존의 소녀시대를 넘어 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다시 만난 세계

모든 것은 ‘다시만난세계’에서 시작되었다. ‘다.만.세’의 가사를 쓴 기타리스트 김정배는 켄지(김연정)과 부부사이다. 김연정의 켄지라는 작명은 일본 만화 ’20세기소년’의 주인공 이름이다. 만화 속 주인공은 ‘음악으로 혁명하고 세상을 바꾼다’며 수많은 관중이 모이는 콘서트-우드스탁-을 재현한다. 김정배는 1973년 생으로 연세대 철학과와 버클리 음악대학 연주과를 졸업’하고 2009년 제1집 ”Til The End’를 발표했다.

‘다시 만난 세계’ 가사와 멤버별 파트는 다음과 같다.

[태연]전해주고싶어,슬픈 시간이 다 흩어진 후에야 들리지만.

[서현]눈을 감고 느껴봐,움직이는 마음, 너를 향한 내 눈빛을

[제시카]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마.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길은 –

[유리]알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수 없어.

[티파니]변치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입은 내 마음까지.

[써니]시선속에서 말은 필요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모두]사랑해 널 이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이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수많은 알수없는 길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윤아]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마.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길은

[태연]알수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수 없어.

[수영]변치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입은 내 마음까지.

[효연]시선속에서 말은 필요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모두]사랑해 널 이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이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수많은 알수없는 길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서현]이렇게 까만밤 홀로 느끼는 –

[제시카]그대의 부드러운 숨결이 –

[태연]이순간 따스하게 감겨오네.모든 나의 떨림 전할래.

[모두]사랑해 널 이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이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수많은 알수없는 길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아이돌 이념의 성립

소녀시대는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쫒아가,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이젠 안녕,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만난 우리의…’라는, 땅으로 내려오라는, 이 치유적이면서도 사뭇 철학적이며 종교적이기까지 한 가사의 의미를 잘 알고 불렀을까? 이 물음은 좋으나 싫으나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소녀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유희열은 2008년 초 안재욱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만.세’를 듣고 아이돌의 본질적인 것이 완성되었다는 생각을 말했으며 이는 기사화 되기도 했다. 그간 국내 가요에 대한 평 중 본질이란 단어가 어울릴 만한 건 근대에서 현대로의 비통하리만큼 큰 발걸음을 떼며 산화한 유재하의 것이 유일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바로 이 현상학적 바닥에 도달한 소녀가 바닥을 딛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아이돌의 이념을 완성시켰다.

유투브의 어느 댓글 중 하나가 ‘다.만.세’의 백미는 노래의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태연의 후렴이라 한걸 기억하자. 그리고 태연의 보이스가 마치 종소리 같다는 일본 2ch의 투채널러의 특유의 ‘분석질’은 태연의 이 짧은 샤우트가 한국의 범종에서 울려 퍼지는 잔향과 같은 종류의 원음의 분위기 까지 전달하고 있다는 상상을 불러 일으킨 것도 기억 해 내자. 이런 것 들은 이미 두 곡의 차트 넘버원(만약에,들리나요)를 통해 대중에게 뛰어난 보컬로 인정받고 있는 태연과 그가 리더로서 이끌고 있는 소녀시대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다.

하지만, 소녀시대가 닿은 지점은 분명히 현상학적 바닥일 뿐이었으며 걸리시한 이념이었고 그 만한 한계를 보여줬다. 소녀시대는 그의 후배들이 비로소 가 닿은 지점이자 더 깊은 가치인 생명을 노래하지는 못했다.

최초의 팬들이 기억하는 소녀시대라는 세계는 무너졌다. 그건 제시카의 탈퇴 때문이 아닌 순전한 음악적 한계 때문이었다. 소녀 시대 1집은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이, 9명이나 되는 멤버들의 보컬 특징을 하나 하나 살려내고 최대한 활용한 Girlish R&B Soul Pop으로 이미 형식적으로 완성된 것이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Gee에서 정점을 찍은 후, ‘소원을 말해 봐’에서 곧바로 음악적으로 무너졌고 그 붕괴의 시간을 끊임 없는 킬링 싱글들로 최대한 연장시켰다.

꽤 울려 퍼지는 다시 만난 세계

과연 소녀시대는 복고가 아닌 오래된 미래였을까? SM은 이미 동방신기의 2006년 3집 ‘O’-正.反.合(유영진 작사.작곡) 을 통해 아이돌에게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동네철학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진지한 가사를 발표했는데 ‘다.만.세’의 진지한 가사 또한 ‘O’-正.反.合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소녀시대는 자주 인디언 복장으로 ‘다.만.세’를 불렀다. 이 때, 인디언이 한민족의 할아버지 대에 파생된 민족이란 걸 알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민족주의이고 쉽게 파시즘으로 굴절 가능한 ‘국뽕 한사발’인 것인가? 보아의 ‘아틸란티스 소녀’ 까지, SM은 이런 한국적 뉴에이지 meme을 꾸준히 생산해 왔다.

걸그룹으로 이 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우리는 어느 지점을 선택하든 정치경제적 의도를 벗어 날 순 없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 만큼은 모든 소녀시대를 관통하며 K-Pop이 최초로 아이돌의 이념을 획득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슬픔이 없는 세계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Rendez-vous)수 있게, 또 다른 다시만난세계들이 울려 퍼졌다. 그 중 중요한 순간들 중 하나는 프로듀스 101에서 소녀시대의 멤버들과 함께 연습했던 허찬미가 포함된 무대였으며, 또 하나는 이화여대의 총장에 대한 반대 시위 중 합창 된 것이었다.

소녀시대의 1집과 그 리패키지 앨범은 통일된 완성도를 지녔고 어는 순간 그들의 후배들이 복기해야 할 전범이 되었다. 소녀시대는 적당히 위대한 일을 했다. 수 없이 많은 시간 순수한 마음으로 매진해 소녀시대를 활짝 연 것만으로 소녀시대는 할 일을 다 했고, 그 가치는 K-Pop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14년 제시카는 소녀시대를 탈퇴했다. 이후 2017년 수영, 티파니, 서현은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어떤 멤버도- 소녀시대의 해체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Juno

한국표준협회 경쟁력향상센터 수석전문위원 nahojun@sod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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