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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티는 1982년 당시 문화적 현상에 가까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82년은 특이한 해였는데 공상과학 영화인 블레이드 러너와 트론이 개봉했으나 흥행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티는 미국에서 영화를 통해 사회적 움직임을 얻으려 했던 뉴아메리칸 시네마가 거의 사라진 때에 나오게 됐습니다. 1970년대 중반 스필버그가 조스를 내 놓으며 영화 제작과 배급에서 이른바 블록스터란 체계를 성립한 시기를 뉴아메리카 시네마의 사형선고가 내려진 걸로 본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스필버그는 1980년에 약간의 작가주의적인 SF영화인 클로즈 인카운터를 내놓았고, 1981년 완전한 오락용 상업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1편인 레이더스를 내놓았습니다. 1980년 개봉했던 마이클 치미노의 천국의 문은 결정적으로 뉴아케리카시네마를 파산시켰습니다. 스필버그는 이티에서 완전히 예전 미국 영화의 흐름을 끝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티는 미국의 중요한 사상적 움짐임을 반영하고 흐름을 이어간 영화입니다.

이티는 70년대 까지 이어져 오던,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하는 반전정신, 또 평화와 인류에 대한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던 포크 정신, 그들의 근거가 된 뉴에이지 운동에서 정치적인 측면을 순수함이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내 계승하고 있습니다. 스필버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이기는 하나 이티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좌파들이 계급투쟁의 마르크스 주의에 근거한 사회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입장과는 다르게 진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에 걸맞는 사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에스에프 영화들의 세계관 중 하나는 인간의 정신과 내면의 발전은 과학과 함께 한다는 희망과 낙관입니다. 이와 다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대표적인 영화가 블레이드 러너입니다. 즉 스필버그 세대는 미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해 온 사상적 흐름들을 이어 받아 이후 전개하게 됩니다.

1984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에 의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의간성에 의한 희망적 세계관을 한데 섞은 영화입니다. 스타워즈를 만든 죠지 루카스는 초기 스타워즈:제국의 역습에서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 이후 부시 시절에 만든 프리퀄 삼부작에서는 좀 더 좌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세계관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좌파를 선택하는 것이 곧 반 파시즘라는 엉뚱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정치적인 이념으로써의 좌파가 아닌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집단주의와 잘못된 권력에 항거 한다는 의미에서의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뉴 아메리카 시네마는 절대 죽은 것이 아닙니다. 일단의 진성 좌파적 영화들을 빼고는 말이죠. 좌파 진영에서는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영화들에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정신이 건너갔다고들 합니다. 이티를 비롯해 스필버그의 영화에는 미국영화가 가진 힘들이 자세와 태도를 통해 그대로 축적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담배를 피운다든지 하느 장면은 디즈니스러운 어린이 영화라고 보기에는 힘든 리얼리스틱한 면모입니다.

말랑 말랑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실에 기초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미국 영화의 자세를 보여주죠.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그의 가장 사적인 영화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의 부모는 이혼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스필버그는 자신의 부모가 이혼한 것에 대해 여러번 밝혔고 한 때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영향은 영화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평론가와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스필버그는 클로즈 인카운터에서 외계로 돌아간 외계인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궁금했습니다. 그런 스토리를 시나리오 작가에게 들려주며 정작 그가 하고 싶었던 중요한 얘기인 이혼 가정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를 부탁했습니다.

스필버그는 시나리오 초고를 읽고는 자신이 본 가장 뛰어난 시나리오 초고라 하며 거의 고치지 않고 오직 이 뛰어난 시나리오대로만 영화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이티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멜리사 메디슨이었고 이 작가는 달라이라마를 다룬 마틴스콜세지의 97년작 쿤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됩니다. 멜리사 메디슨은 1983년 해리슨 포드와 결혼했고 2009년 그와 이혼 후 2015년 사망했습니다. 2016년 스필버그가 감독한 The BFG는 멜리사 메디슨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스필버그의 주변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스탭이 있습니다. 그의 영화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캐슬린 케네디라는 여자로 그녀는 클로즈인카운터에 감명 받아 스필버그의 일을 돕다 함께 영화사를 차리게 됩니다. 그녀는 스필버그 사단의 유명한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프랭크 마샬의 부인이기도 합니다.

케슬린 케네디와 맬리사 매티슨이 스필버그에 끼친 영향은 제임스카메론처럼 여성주의적이라기보다는 A.I에서 처럼 모성적이고 여성적인 관점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모두 40~50년대 생으로 그들이 거쳐온 60~70년대를 통해 흡수한 문화적인 공기, 그들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시선들이 스필버그의 이후의 영화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 클로즈 인카운터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가 직접 각본을 썻고 그 안에는 뉴에이지 사상, 과학, 인간정신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티는 70년대의 고민이 끝난 시점에서 80년대 미국의 삶을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아직 개발 중에 있는 뉴타운 택지지구의 모습을 통해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한쪽에선 이혼으로 무너진 가족을 보여주며 한족에선 베트남 전의 상흔을 잊고 80년대라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려 분투하는 당시 미국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그려진 미국의 일상 가진 풍요로움에 많이 놀랐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그리 부자는 아닐지라도 집집마다 드라이브 웨이가 있는 풍경들은 영화가 개봉된 80년대 초반은 물론 현재에도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근본적인 격차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차고에서 기계를 만드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낭만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인들의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모습은 이 영화에서 냉장고의 반복적 등장으로 드러납니다. 1982년도 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양문개폐형 냉장고를 쓰고 있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냉장고는 근원적으로는 인간에게 음시물이 부패하는 시간을 연장시켜주는 타임머신의 역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생명력을 제공하고 있죠 또한 원래의 목적인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생활의 중심 도구일뿐만 아니라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듯 메모나 사진을 붙여 놓는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스필버그는 영화 내내 냉장고를 활짝 열어두고 생활의 냄새를 짙게 풍기면서 관객들을 영화 안으로 깊이 참여 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재치 있게 내용을 이끌어 나가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죠.

스필버그가 장면에 담는 재치에 비하면 그의 영화 언어 자체는 특이하지 않습니다. 대화 장면 등에서 나타나는 구도와 조명, 편집 등은 상당히 안정적이이며 오소독스하기 까지 합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독립영화를 만드는 등 영화 선배들의 기본적인 방법들을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티의 가장 중심적인 주제를 알아 보죠. 영화에서 이티와 소년은 단순한 교감이 아닌 싱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싱크를 통해 이티와 소년이 주고 받는 것은 결국 생명력입니다. 이티가 꽃을 살려내는 것과 같은 정신적이며 비물질적 것에 대한 관심과 경도는 이 영화에 깊이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해부하기 위해 병 안에 갇힌 개구리를 놓아 주는 것과 같은 장면을 통해 나타납니다. 개구리를 놓아주는 것은 곧 생명력의 해방 그것을 통한 자유라는 스필버그 세대의 사상적 근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티는 바로 그런 사상을 함축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티는 손가락의 상처를 금방 아물게 하고 자전거를 날게 할 수도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내내 어른들은 조금식 이티에게 접근해 갑니다. 그럴수록 이티는 생명력을 잃어 가게 됩니다. 이티는 홈이라고 하며 집에 데려 달라고 합니다. 홈은 우리말로 제자리로 돌아오다란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티와 주인공 소년 엘리엇의 뇌파는 서로 동조 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이티를 둘러 싸고 있는 경우 이 티는 몸이 아프게 됩니다, 그들의 뇌파 때문인 걸까요. 이티를 둘러싼 어른들의 마음은 이티의 육체적인 조건에 영향을 미쳐 엘리엇의 뇌파와 분리하게 됩니다. 자신을 믿어 주지 않는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티는 살아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주변에서 사라지고 소년과 함께하게 되자 이티는 다시 살아 나게 됩니다.

뉴에이지의 여러가지 모습에는 영적인 경향, 마약, 프리섹스 등이 포함되었지만 그 핵심은 동양사상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처음에는 일본과 에리히 프롬,  80년대 이후 리처드기어와 티벳을 통해 소개된 불교의 영향은 컸습니다. 그 수혜자 중 하나는 스티브 잡스였는데 그는 젋은 시절 명상을 하고 인도에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일본 불교의 조동종과는 시종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으며 애플의 디자인이 동양의 선, 일본말로 젠을<
바탕으로 하는 간결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띄고 있는 것은 모두 이런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에서도 보이지 않느 에너지인 포스를 중요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뉴에이지 사상을 근본으로 하면서도 기성세대의 잘못들에 항거하는, 그것은 무작정의 반항이라기 보다 인간의 자유와 창의성을 저해하는, 근본적으로는 생명력의 발산을 저해하는 사람들의 믿지 않는 마음이나 어른들의 세계에 대항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상을 발전시켰습니다.

순수한 생명력의 에너지를 느껴 보고 싶다면 다시 한번 이티를 만나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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