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 상태에서 모든이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타석에 들어서서, 나는 두개째일지 모를 스트라이크를 당했을지 모릅니다. 입안이 바싹 마르고 진땀이 배어나와 손바닥에 배어듭니다. 나는 손바닥에 송진을 바르고 스파이크에 묻은 흙을 정성스레 배트로 툭툭 쳐서 털어 냈습니다. 주심이 자세를 잡습니다. 포수가 미트를 다시 손에 꽉 끼고는 무릎을 굽힙니다. 얼굴없는 투수가 공중에서 학처럼 춤추듯 와인드 업을 하곤 마침내 공을 허공에 뿌렸습니다. 이윽고 투수의 손가락을 떠난 공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아주 짧은 순간 공중에 정지해 있습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게 좋은 것이라면 홈런도 야구도 필요 없겠지. 그렇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이 집중된 그 단 한순간, 나무 방망이와 공이 부딧히는 특이한 사건의 지평으로 부터 이 세계에 희망과 환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니겠어”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더 깊은 철학적 사고는 철학자들이 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야구선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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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글쟁이가 죽음에 대해 몇자 끄적인게 있는데 죽음의 순간은 무섭지 않고 아마도 행복할 거랍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일 들 중 모든 행복한 순간만 주마등처럼 지나쳐 갈거니까 그렇다나요. 그러면서 착한 일들 행복한 일들 하며 살아야 겠다고 하더군요. 나는 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 대해, 내가 살아온 구차스럽기도 했던 삶에 대해, 가족들에 대해서두요. 그리고 왜 지금 나는 홈런을 쳐야만 하는 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장황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잘못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들과 행복했던 생각만 했습니다. 너희 모두를 대표해 홈런을 날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홈런을 치고 싶습니다. 우습게도 그것은 홈런이 나에게 가져올 경제적 이득 때문입니다. “다시 햄버거 따위나 먹고 싶진 않아!”.

공이 나에게 날아오는 그 속도는 너무 빨라 차마 글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야구의 역사를 통털어 홈런을 날렸던 모든 야구선수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백하지만 나는 여러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벤치의 감독이 나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냅다 배트를 휘둘러 정확히 공을 맞췄습니다. 손에서 팔로 그리고 척추로 공의 타격감이 마치 50,000볼트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전해져 왔습니다. 누가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했던가요? 공을 밀어내는 그 순간은 마치 지구를 들어올리는 역도선수의 기분과 같이 길고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나는 전율에 나의 모든 존재를 송두리째 맡기고는 온몸이 부셔져라 공을 저 멀리 하늘로 밀어 냈습니다. 공은 하늘 높이 높이 날아가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안겼습니다. 나는 홈런을 친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배트를 뺏고 엉덩이를 두들긴 후에야 저는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에 들어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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