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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고의 앨범 러블리즈와 오마이걸

2018년 러블리즈는 트와이스와는 훌륭한 대조를 이루는 지경에 들어섰다. 트와이스는 매번 컴백 마다 대중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타이틀 곡을 내 놓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제외한 앨범의 다른 곡들이란 딱히 들어 줄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데뷔 후 4년 간 러블리즈는 꾸준히 풀랭스 앨범과 미니앨범을 내 놓았다. 그것들은 러블리즈라는 프로듀싱의 컨셉이 전면에 드러나는, 윤상의 영향력이 미치는 단조 위주의 타이틀 곡을 제외하면 명반이었지만 2018년 봄과 여름 두 번의 컴백은 뚜렷한 음악적 정체를 보였다. 

그 두 번을 제외하고, 그간 가상의 테이프가 늘어지기라도 할 듯 러블리즈의 앨범을 오랫동안 청취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엉성한 컨셉과 의상, 괴상한 색감으로 칠해진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는 전혀 손이 가질 않았다. 2018년 11월 발표한 다섯번 째 미니앨범 ‘Sanctuary’의 타이틀 곡 ‘찾아가세요’의 뮤직비디오 역시 그들의 꾸준한 저품질을 자랑하긴 마찬가지다.

Sanctuary 앨범은, 역시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그들에게 남아 있던 가늘어지던 기대를 비웃는 명반이다. Sanctuary의 비장한 수록곡들은, 강조하지만 타이틀 곡을 제외하고, K-pop 아이돌의 수준을 넘어선 전혀 새로운 어법을 만들어 냈다. 만 5년차에 들어선 러블리즈의 목소리는 그들 내부로부터 강렬한 내폭을 이루어 깊게 울려 퍼진다. 이들은 비로소 봉우리로 가는 새로운 길을 닦았고 그 위에 올라 섰다.

Sanctuary는 한국의 대중음악에서 오버와 언더를 불문하고 찾아 볼 수 없는 고급한 감성을 전달한다. 이는 K-pop 아이돌 그룹이라는 특이한 보컬 형태와 그 성숙이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당대 전세계의 대중 음악들을 앞질러 가는 독특하고 유일한 경지를 열어 젖힌다.  

참고로 러블리즈는 Sanctuary의 기자 쇼케이스에서, 완곡하지만 반복적이고도 거의 단호한 어조로 이제는 순위에 신경 쓰는 짓거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천명했다.

K/DA에서 (G)I-DLE의 소연과 미연이 Madison Beer, Jaira Burns와 함께 걸그룹 보컬 밸런스의 전범을 구축하며 새로운 K-pop의 시대에 진입한 것과 같은 시기에, 러블리즈는 도저한 보컬의 성숙을 이뤄냈고 그것은 그들 자체와 K-pop이라는 시스템의 혁신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걸은 2018년 ‘비밀정원’으로 k-pop의 퀄리티라는 깃발을 꽃고 ‘불꽃놀이’로 옴망진창이라는 그들 보컬 다이나믹스의 본질을 드러내는 사이에, 또 하나의 걸작인 ‘반하나’를 내 놓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_Dm8wJm3HlU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 하더라’, ‘반한게 아냐’는 그동안 배후에 숨어 있던 그들의 보컬 디렉터이자 A&R인  문정규를 전면에 드러냈다. 오마이걸은 처음의 두 곡이 쌓아 올린 인간사에 나타나는 관계의 긴장을 마지막 곡에 이르러 서늘하고 건조한 현실에 안착시키며 2018년에 K-pop 아이돌 앨범이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지적이고 고급한 성취를 이뤄냈다. 

2018년 러블리즈와 오마이걸은 그 이전 십여년간 계속 된, 복고와 당대의 언더를 애매한 깊이로 복원하고 판매하려 애썼던(실제 잘 팔렸다) 아이유의 시간을 비로소 추월해 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Juno

한국표준협회 경쟁력향상센터 수석전문위원 nahojun@sod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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