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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 후기신자유주의, Happy

2009년 봄, Gee에서 Fire로

소녀시대의 ‘Gee’가 한국음악순위 프로그램 사상 전무했던 9주연속 1위를 하며 전국을 물들이고 있을 무렵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은 인터뷰를 통해 기존 걸그룹들과는 전혀 다른 걸그룹을 선보이겠다는 말을 언론에 흘렸다.

소녀시대의 Gee의 일렉트릭사운드는 평론까지도 인정하게 만든 실험적인 것이었다. 대한민국 오버그라운드의 창작자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대중들은 이 성과가 자랑스러웠다. 게다가 당시 소녀시대의 가장 생기발랄한 모습을 담아낸 뮤직비디오는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일본은 소녀시대의 고도화된 안무, 고급스런 스타일링, 실험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음악성, 특히 캐릭터로 표현되는 이른바 ‘인간발달수준’에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다며 ‘졌다’란 표현을 사용했다.

3월 말, 소녀시대가 활동을 접을 무렵, 2NE1은 빅뱅과 함께 ‘lollipop’이라는 휴대폰 광고의 CM송으로 목소리와 얼굴을 알렸다.

필리핀의 보아 박산다라(aka. 산다라박), 언론을 통해 전설적 춤꾼인 공옥진의 조카손녀라고 알려진 공민지, 이미 빅뱅 팬들에게는 빅뱅 곡의 피쳐링으로 익숙한 특이한 R&B 보컬 박봄, 그리고 이들을 이끌 미지의 리더 CL(이채린)이 그들이었다.

그 해 늦봄까지도 – Gee의 인기가 식지 않는 상태에서 – 대중들은, 소녀시대가 스타성과 (Gee에서 보여 준 대로)진정한 음악성을 한데 지닌 최고의 걸그룹이 될 거란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소녀시대와 2NE1의 세대 교체

한편 소녀시대 팬 사이트의 게시판들은 은근히 2NE1에 신경이 쓰이는 듯, 소녀시대의 Gee의 다음 행보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한 토론에 빠졌들었다.  그것들은 “Gee를 작곡한 이트라이브(E-tribe)는 한국대중음악을 이끌 것이며, 소녀시대의 다음 앨범도 무조건 이트라이브로 밀어야 한다.” 라거나, “슈퍼주니어의 불후의 명곡 ‘Sorry, Sorry’와  ‘너라고’를 터뜨린 SM의 터줏대감 유영진이 참여해야 한다.”라거나, “무슨 소리, 소녀시대는 ‘다시만난세계’의 켄지(김연정)와 김정배 부부가 맡아야 한다.” 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 다양한 비젼 혹은 불안이 교차하는 혼란의 와중에 2NE1은 5월 6일 디지털싱글 ‘Fire’를 발표했다.

Fire – 2009.5

Fire는 쉽게 꺼지지 않을 대형화재였다. 사람들은 이제 양현석이 말한 전혀 다르다는 게 뭔지 알게됐다. 2NE1은 과연 지구상의 어떤 걸그룹과도 달랐다.

그런 2NE1에 대한, 소녀시대 팬들의 기대, 아니 전국민의 기대를 차갑게 종식시킨 소녀시대의 화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해 6월 25일 소녀시대는 스웨덴 작곡가들이 만든 레트로 스타일-낡은 어법과 사운드-의 유로피언 -뽕기 가득한- 댄스곡 ‘소원을 말해봐’ 를 들고 컴백했다. 티저 앨범 표지에 삽입된 일본 전투기 제로센의 그림이 누리꾼의 도마에 올라 급히 수정해 재발표하는 소동과 함께, 유투브에 미리 배포되었던 샘플곡이 표절 의문을 불러 일으켰고 – 터키 출신 가수가 무단으로 사용해 발표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하며 – 곡의 신선감을 떨어뜨렸다. 대중은 소녀시대가 갑자기 드러낸 각선미와 이트라이브의 부재, 그리고 10여년 전 들었을 법한 안이한 곡에 대해 적잖이 피로해 했다. 소녀시대 편에서 자세히 살펴 보겠지만, 이 시점은 소녀시대가 음악적으로 몰락하고 비쥬얼 퍼포먼스 그룹으로 선회한 중요한 시점이다.

Fire의 악곡적인 구성은 대세를 거부하기 어려웠는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완성 시킨, 짧은 후렴이 반복되는 후크라는 안전한 장치를 사용했다.  한편, 그 가사의 내용은 자각적이었다.

오리엔탈리즘, 아시아 여자, CL

Fire에서 선보인 CL의 의상과 메이크업은 2008년 말 일렉트로닉아츠社를 통해 발매된 1인칭 게임 ‘미러스 엣지(Mirror’s Edge)’를 떠 올리게 했다.  게임 ‘미러스 엣지’는 건물들 사이를 질주하고 건너뛰는 익스트림 스포츠 야마카시를 게임에 구현한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다. 단조롭고도 세련된 색채의 사용, 당장 빌보드 차트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시종일관 귀를 즐겁게 하는 뛰어난 OST는 알게 모르게 많은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러스 엣지의 주인공 캐릭터는 연약해 보이는, 눈이 찢어진, 동양인 소녀였다. 데뷔 초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2NE1 TV’에서 CL은 자신의 작은 눈을 가르키며 “앞트임을 할까?”라고 묻자 다른 멤버들이 이를 극구 만류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CL의 앞트임, 뒷트임을 하지 않은 몽골리안의 눈이야 말로 서구인들이 생각하는 공포와 신비의 대상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  마녀스런 여자의 처음과 끝이다. 이는 ‘싸이(Psy)’가 뚱뚱하고 작고 볼품 없는, 몸매의 북한 지도자와 유사한 모습으로 미국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의, ‘편견의 이미지를 충족 시키기’ 전략을 CL의 해외 솔로 활동에 적용시킨다. 2015년 말 현재, 기나긴 소문에도 불구하고, 아직 CL의 미국 데뷔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러스 엣지’는 세계화, 양극화에 이어 전세계가 전제화된 빅브라더에 의해 지배되는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놀이터 위의 2NE1

(CL) go by the name of CL of 21 It’s been along time comin’ But we’re here now And we bout to set the roof on fire baby You better get yours cuz I’m getting mine Come in come in come in 다른 세상으로 지겹기 만한 고민은 이제 등을 지고 가식없는 나의 콧노래로 다신 널 비웃지 못하도록 (민지) Now let’s 춤을 춤을 춤을 춰요 wanna get down? 보다 큰 꿈을 꿔 세상은 내맘대로 다 할 수 있기에 큰 자유를 위해 tonight oh (봄) 내 눈빛에 빛나는 별들도 내 심장 속을 태우는 저 불빛도 영원하진 않겠지 but 잃을 건 없지 (CL) 난 미치고 싶어 더 빨리 뛰고 싶어 저 높은 빌딩 위로 저 푸른 하늘 위로 크게 소리치고싶어 (다라) You got that fire 나의 가슴을 쿵쿵쿵 You gotta drop it like its hot 지금 멈추려하지마 Ooooh that fire 네 머리속을 붐붐붐 I gotta drop it Like its hot 멈추려하지마 (CL) Get up get up get up 몇번넘어져도 믿었던 세상이 날 또 다시 배신해도 나나나난 절대 울지않아 바보처럼 엄머머머 내숭 떨지말아 남들처럼 (민지) 내가 저 끝까지 데려갈게 Follow Follow me 숨이 차오를 만큼 달려주는 나의 가슴이 왠지 난 싫지만은 않아 재밌죠 겁내지말아 Let it go 보다 더나은 내일로 (CL) 난 미치고 싶어 더 빨리 뛰고 싶어 저 높은 빌딩 위로 저 푸른 하늘 위로 크게 소리 치고 싶어 E ~ 2NE1 E ~You got the ring the alarm E ~We 2NE1 E ~ Hey Hey Hey Hey (다라) 머리가 찰랑 대도록 엉덩일 살랑 흔들어 머리가 찰랑 대도록 엉덩일 살랑 흔들어 (CL) 난 미치고 싶어 더빨리 뛰고 싶어 저 높은 빌딩 위로 저 푸른 하늘 위로 크게 소리치고 싶어 언제나 오늘 처럼만 자유롭고 싶어

가사를 쓴 테디(Teddy)는 ‘저 높은 빌딩 위로 저 푸른 하늘 위로’에서 그것을 표현하는 2NE1이라는 화자로 하여금 ‘첨단의 현대 도시 속에서 그 정점까지 오르고자 하는 세속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며 동시에 ‘그것을 넘어 푸른 하늘로 녹아 들고 싶다는 초월적 자유 까지도 바란다’고 말하게 하고 있다.

이는 소녀시대가 휴대폰 광고 CM송을 ‘Gee’ 미니 앨범에 수록한 ‘힘내’라는 대국민 캠페인 송에서 ‘사람들은 모두 원하지. 더 빨리 더 많이, Oh! 난 평범한 소년걸’ 이라 말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소녀시대의 응원가가 땅으로 내려오라는 슬로우라이프를 연상시키고 대체적(Alternative)이며 지속가능한(Sustainable)한 삶을 노래했다면, 2NE1은 그 반대로,  끝없이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을 통해 도(道)를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한다.

2NE1에게 신자유주의의 뒷골목은 지하의 힙합 전사들마냥 상처입은 자들이 싸워야할 대상이 아니라 쇼(Show)가 벌어지는 놀이터이자,  그 놀이를 통해 가볍게 만들 수 있는(만들어야 할) 대상이다.

그건 이후 YG Family에 합류한 싸이가 말하는 바와 같았다.

강남스타일 – 2012.8

싸이는 여러 인터뷰에서 ‘강남 스타일’은 전혀 심각한 내용이 아니며, 무덥고 세계적인 경제불황에 지친 사람들에게 재미와 위안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YG의 콘텐츠 흐름과 싸이의 진심이 만난 결과는 곧 전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어 냈다. 아무튼, 이후 2013년, 한국은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했음을 -공식 석상에서- 밝힌 정권을 얻게 되었다.

SWAG. 시대를 스타일로 휩쓸고 지나가기

I Don’t Care (2009.7)

다시 2009년, 7월 초 2NE1 TV가 방영되며 분위기가 조성되더니 여름의 피로을 미리 겪은 대중을 낙원으로 초대할 미니 1집과 ‘I Don’t Care’가 발표되었다. 대중은 이제 다시 알게됐다. 2NE1이 여자아이돌이란 카테고리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그들은 음악, 안무, 패션, 스타일링 등에서 이전의 그리고 동시대의 그 어떤 걸그룹 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을 보여 줬다. I Don’t Care의 세련된 어법과 스타일은 2NE1 TV에서 보여졌듯, 그 때까지 CEO라는 본업에 가려 안알려진 마스터링 엔지니어 양현석이 테디와 함께 수 없이 사운드를 매만진 결과였다. 이 걸작은, 소녀시대의 Gee와 마찬가지로, K-pop 아이돌 음악의 수준을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수준으로 높여 버렸다.

2NE1,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는 공히 음악과 안무, 스타일링에서 그들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정점들을 만들어 냈다. 이들에 뒤이어 등장한 경쟁자들인 시스타, 시크릿, 걸스데이, AOA 등은 서로 겹치는 스타일을 보여 줬다.

Go Away (2010.9)

YG는 유독 한 방송사를 통해 보통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랄 수 없는 공들인 무대들을 선보였다. 그 무대들의 세트, 음향, 패션, 군무의 완성도는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전 세계의 팬들은 한국이 비로소 세계에서 가장 핫한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다며 백댄서들 마저 그들 인생의 한 때를 즐기는 듯 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약 3~4년간에 걸쳐 2NE1은 양에서도 풍족한 결과물들을 쏟아냈다.

북유럽. 새로운 체제로서의 스타일링

Can’t Nobody  (2010.9)

Ugly  (2011.7)

처음부터 2NE1은 트렌드세터요 선구자였다. 그들은 북유럽-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감성이 가득 깃든 패션으로 전에 없던 스타일을 창조했다. 이들이 입은 옷의 브랜드만 조사하는 블로그가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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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은 마침 대한민국에서 북유럽의 사민주의가 ‘섹시’한 것으로 논의 되던 때였다. 테디의 성찰적 가사 마저 생각해 보면 2NE1은 자아의 백그라운드인 사회-경제적 맥락을 기민하게 문화로 표현한 스타일링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X세대 삼촌 팬 테디의 성찰과 후일담

2NE1은 2010년과 2011을 통해 발표한 Up Beat 곡들 외에도 이별의 쓸쓸함을 부른 노래들을 동시에 전면에 내세웠다. 그건 이미 테디가 2NE1 TV에서 ‘I Dont Care’는 ‘나만 바라봐’에 대한 화답이라고 밝힌 연장선상에 있던 것이었다. 빅뱅과 2NE1의 노래들에서, 강렬한 가사인 것 처럼 보여도 사실은 낡은 표현이며, 그 의미를 잘 이해하고 쓴웃음을 지을 수 있기 위해선 아름답게 돌아 볼 지나간 젊은 날들이 필요한 가사가 등장 할 때, 우리는 30대 삼촌 테디의 낭만이 투사된 음악을 듣고 있다. 그 가사들은 한숨 쉰 자의 돌아봄, 꺽여진 어른의 후일담, 뒤에 올 세대들을 위해 준비 해 놓은 선물이다.

테디의 노래는 인디씬에서 우리 시대를 정리해 버릴 만한 후일담인 ‘화’로 홍대여왕의 지위에 오른 오지은에 의해 불려져도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나만 바라봐’ 와 ‘화’는 공히 회개한 골룸의 주제가가 아니던가.

미생 세대의 우울

청춘의 한 가운데서 약간 빗겨난 지점에서, 지나간 청춘을 반성적으로 돌아봄은 2NE1이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주제다.  2NE1 이 부르는 이별 노래는 이른바 같은 시기 홍대 인디씬이 그러하듯 스스로에 대한 모멸과 반성을 드러냈다. 그러한 자성적인 태도는 신자유주의가 종료 된 시점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이미 경쟁에 서 한번 낙오한, 미생(未生)세대의 것이다.

아파  (2010.10)

Lonely (2011.5)

Lonely의 가사는 청춘에서 사랑의 실패란 곧 관계의 실패이며 실수로 가득찬 것이 삶임을 노래한다.  신자유주의라는 놀이터와 테디라는 X세대 뮤지션의 내성적, 성찰적 가치에 화답한 것은 아디다스요, 제레미스캇이었고, 킨포크들이었다.

후기신자유주의와 2NE1

그리워 해요 (2013. 11)

공식적으로 신자유주의는 종말을 고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그 후유증은 아직 치유되고 있다. 특히 그 것이 단순한 자본의 문제가 아닌 조직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경우는 아프기 마련이다. 그런 통과의례적인 시기를 후기신자유주의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후기 신자유주의란 용어는 국내에서 소수의 사회학에서 2000년대 부터 발견되고 있다.

Come Back Home (2014)

걸그룹을 통한 현대 한국의 사유가 필요한 이유는 신자유주의의 장점을 들먹이거나 사민주의의 섹시함을 말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최종적 문화상품으로서의 걸그룹이 세상의 모든 가치의 가장 선두에서, 지난 시간이 형성한 피로를 무너뜨리고 전혀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Happy (2014.3)

안녕 (2017.1)

2NE1은 완전체로서는 긴 공백기를 거치며 결국 해체 되었지만 그들이 쌓아 올린 특별히 스타일리시한 순간들은 오랫동안  K-Pop의 쉽게 범접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Juno

한국표준협회 경쟁력향상센터 수석전문위원 nahojun@sod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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