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역사와 종교의 성립

톰은 지독한 폭력의 세계에서 도망쳐 나와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삶을 영유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신중하고도 신속하게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긴장이 그의 삶의 밑바닥을 떠 받들고있다. 톰의 아들은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을 지닌 채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들이 사는 세계는 시골 경찰의 말대로 선한 사람들(nice people)이 사는 선한 동네(nice town)여야 한다. 톰은 아내에게 자동차 극장(drive-in theatre)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그의 아내는 자동차 극장은 70년대 초 이후 다 사라졌다고 말한다.

대신 톰의 아내는 치어리더 의상을 입고 10대 때의 기분을 내자며 톰과 정사를 나눈다. 같은 시간 톰의 아들은 여자친구와 그들 부모 세대의 삶의 양식이 자신의 미래에도 통용될 것이란 대화를 나눈다. 크로넨버그는 이렇게 70년대로 퇴행하는 이들을 보여주며 이들 세대가 생산해낸 특징적 인간형을 탐구한다.

인간 자체보다 인간에 대한 관념을 신봉하는 이들의 분노는 신념화된 관념과 접착해 사회적으로 선한 외양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자아가 품고 있는 연약한 내면적 기질은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 처럼 폭력으로 드러나기도한다.

크로넨 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Eastern Promises.2007)은 제목에서부터 서구 종교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폭력의 역사’ 역시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결부된 종교의 성립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이는 그의 과거를 모두 쏘아 죽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이혼한 경력이 있는 그의 부인이 차린 저녁상에 앉는다. 여자는 결국 기도하고 그것으로써 조이는 다시 남편이자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 가족의 음험한 공모로 이제 종교가 성립한다. 이스턴 프라미스에서 톰의 부인은 이렇게 악을 내면에 품어 들임으로써 그들의 식탁에 신을 불러들인다. 영화 베를린(The Berlin File. 2013)의 전지현은 구교적인 대속의 관점을 보여준다. 이전 류승완의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그리 기억나지 않는다. 베를린의 전지현은 사랑받는 여인이자, 권력에 의한 창부이며, 마지막엔 스토리를 책임지는 성녀의 역할을 한다.

이는 내부자들(Inside Men.2015)의 이엘이 맡은 전직 아이돌 가수와 유사하다. 그녀는 죽음을 통해 이병헌을 살려낸다. 한국의 로맨스에서 여자는 죽음이라는 공희를 통해 남자를 생으로 돌려 보낸다. 이런 것이 웃기는 설정인 점은 그것이 여성에 대한 굴곡된 관점이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생명관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양 아브라함 계통 종교(라고 쓰고 고대 3류 종교라 읽는다)를 수용하는 한국적 방식의 허접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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